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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야구 이정후의 공이 뜨기 시작했다…‘10홈런’ 우습게 볼 징조 아니다

관리자 각티비 2026-09-19 16:56 11 0
땅볼/뜬공 1.12→0.99…MLB 적응 과정에서 나타난 의미 있는 변화
한국에서도 땅볼 많았던 이정후, 이제는 타구를 띄우며 장타 영역 확대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은 우연 아니다…‘괴물 투수의 리그’ 버티는 방법 찾았다7012034_1_89d7e902.webp출처:연합뉴스

(MHN 정철우 기자)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10개라는 숫자만 놓고 보면 거포들의 리그에서 대단한 기록은 아니다. 그러나 이정후에게는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홈런 숫자보다 홈런이 만들어진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이정후의 타구가 지난해보다 확실하게 뜨기 시작했다. 데뷔 첫 10홈런을 우습게 볼 수 없는 이유다.

이정후는 19일(한국시간) LA 다저스전에서 타일러 글래스노우를 상대로 시즌 10호 홈런을 터트렸다. 지난 8월11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 이후 39일 만의 홈런이었다. 시즌 막판 긴 침묵을 깨고 만들어낸 한 방으로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 두 자릿수 홈런 고지를 밟았다.

눈여겨봐야 할 숫자는 따로 있다. 땅볼과 뜬공의 비율이다.

지난해 이정후의 땅볼/뜬공 비율은 1.12였다. 뜬공 하나가 나올 때 땅볼이 1.12개 나왔다는 의미다. 올 시즌에는 이 수치가 0.99까지 떨어졌다. 이제는 땅볼보다 뜬공이 조금 더 많이 나온다. 단순히 홈런이 8개에서 10개로 늘어난 것보다 이 변화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이정후는 원래 타구를 높이 띄우는 유형의 타자가 아니었다. KBO리그에서 뛸 때부터 땅볼 비중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높은 타율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워낙 정교한 콘택트 능력을 갖춘 데다 타구의 질이 좋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맞은 공은 빠르게 내야를 통과했다. 굳이 공을 높이 띄우지 않아도 안타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방식에는 약점도 있었다. 땅볼은 아무리 강하게 때려도 수비수 정면으로 향하면 그대로 아웃이 된다. 타격감이 좋을 때는 빠른 타구가 야수 사이를 뚫지만 타이밍이 조금만 흐트러지면 평범한 땅볼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탈출이 쉽지 않았던 이유 가운데 하나를 높은 땅볼 비율에서 찾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7012034_2_40a4223d.webp출처:연합뉴스

메이저리그에서는 문제의 난도가 더 높아진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공이 특별하지 않은 무대다. 강속구뿐 아니라 빠른 변화구와 정교한 제구까지 상대해야 한다. 수비수들의 운동 능력 역시 뛰어나다. 한국에서 빠른 땅볼로 만들어냈던 안타가 메이저리그에서는 아웃으로 바뀔 수 있다. KBO리그에서 성공했던 타격 방법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정후도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한 답을 찾아야 했다. 올 시즌 땅볼/뜬공 비율의 변화는 그 과정에서 나온 결과로 볼 수 있다.

1.12에서 0.99.

숫자의 차이는 0.13에 불과하지만 의미는 작지 않다. 지난해에는 땅볼이 뜬공보다 분명하게 많았다. 올해는 그 관계가 뒤집혔다. 타구를 띄우는 빈도가 늘었다는 것은 타격 결과뿐 아니라 공을 대하는 접근에 변화가 생겼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정후가 무작정 홈런을 노리는 타자로 변했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정후가 장점을 버리고 거포가 될 이유는 없다. 정교한 콘택트와 빠른 배트 컨트롤은 여전히 이정후 야구의 출발점이다. 필요한 것은 그 장점을 유지하면서 잘 맞은 공이 조금 더 생산적인 결과로 연결되도록 만드는 일이다.

땅볼이 줄고 뜬공이 늘어나면 장타가 나올 가능성도 자연스럽게 커진다. 아무리 빠른 땅볼도 담장을 넘어갈 수는 없다. 반면 강하게 맞은 타구가 적절한 각도를 얻기 시작하면 2루타가 되고 홈런이 될 수 있다. 이정후에게 필요한 변화는 홈런 스윙 자체가 아니라 좋은 타구를 조금 더 자주 공중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7012034_3_423d2377.webp출처:MHN

올 시즌 10개의 홈런은 그런 변화 속에서 나왔다.

지난해 이정후는 8홈런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아직 정규시즌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10개를 채웠다. 단순히 홈런 두 개가 늘었다고만 보면 큰 차이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땅볼/뜬공 비율의 변화까지 함께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과가 바뀌기 전에 타구의 형태가 먼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정후의 10홈런을 운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우연히 잘 맞은 타구 몇 개가 담장을 넘어간 것이 전부라면 다음 시즌 재현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타구 분포 자체가 달라지고 그 결과 장타가 늘어난 것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올해의 두 자릿수 홈런은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하면서 자신의 타격을 조금씩 수정하고 있다는 결과물로 볼 수 있다.

타율에서도 지난해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타구를 띄우겠다고 무리하게 스윙을 바꾸면 가장 먼저 희생될 수 있는 것이 정확성이다. 어퍼스윙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헛스윙과 뜬공 아웃이 늘면서 오히려 자신의 장점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정후는 자신의 기본적인 콘택트 능력을 유지하면서 타구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는 과정을 밟고 있다.

물론 아직 완성됐다고 평가할 단계는 아니다. 8월 이후 긴 타격 슬럼프를 겪었고 시즌 전체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는 힘에서도 숙제를 남겼다. 뜬공이 늘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힘없는 뜬공은 땅볼보다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못한다. 결국 타구 속도와 발사각이 함께 만들어져야 진짜 장타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도 방향은 흥미롭다.

이정후는 한국에서 이미 자신의 타격 방식으로 최고 수준에 올라본 선수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 왔다면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다시 찾아야 한다. 150㎞가 넘는 패스트볼을 쉽게 던지고 강력한 변화구까지 갖춘 투수들을 매일 상대하는 무대에서는 과거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지키는 것만이 정답일 수 없다.

7012034_4_45eb73ae.webp출처:MHN

변해야 살아남는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장점을 잃지 않으면서 변하는 것이다.

올 시즌 이정후에게서 나타나는 땅볼 감소와 뜬공 증가는 그래서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 타격의 뿌리인 정확성을 버리지 않으면서 타구에 조금 더 생산적인 각도를 입히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10개의 홈런도 만들어냈다.

10홈런 자체는 메이저리그에서 대단한 숫자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10개를 만들어낸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면 얘기는 전혀 다르다.

지난해 1.12였던 땅볼/뜬공 비율이 올해 0.99가 됐다. 이정후의 공이 조금씩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이 뜨기 시작한 이정후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이번 10홈런을 단순한 숫자 하나로 흘려보내기 어려운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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