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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야구 [오피셜]“3할은 날아갔지만 빈손은 아니다”…이정후, 39일 침묵 깨고 ‘10-10’ 새 역사 썼다

관리자 각티비 2026-09-19 15:49 14 0
39일 만에 터진 10호포…추신수·김하성 이어 한국인 빅리거 세 번째 10-10
한때 3할 훌쩍 넘겼지만 8월 이후 급락…‘교타자의 훈장’은 사실상 멀어져
아쉬움 속에서도 8홈런→10홈런 전진…이정후의 완성형은 아직 오지 않았다7007693_1_c0245351.webp출처:MHN

(MHN 정철우 기자) 이정후가 바라봤던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빈손으로 시즌을 마치는 것도 아니다. 교타자의 훈장과도 같은 3할 타율 달성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지만 대신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 고지를 밟았다. 이미 12개의 도루를 기록하고 있었던 만큼 자연스럽게 첫 10홈런-10도루까지 완성했다. 아쉬움 속에서도 분명 한 걸음은 앞으로 나갔다.

이정후는 1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원정경기에 4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시즌 10호 홈런을 터트렸다. 0-1로 뒤진 2회 선두타자로 나서 다저스 선발 타일러 글래스노우의 변화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기다림이 길었다. 지난 8월11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 이후 39일 만에 나온 홈런이었다. 9월 들어 타격 페이스까지 크게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더욱 값진 한 방이었다. 이날 이정후는 4타수 1안타 1홈런 1타점 1득점을 기록했고 시즌 타율은 0.274가 됐다.

홈런 하나가 이정후의 시즌에 새로운 의미를 더했다. 202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처음으로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데뷔 시즌에는 부상 탓에 많은 경기를 뛰지 못하며 2홈런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8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그리고 세 번째 시즌에서 마침내 10개를 채웠다.

7007693_2_c80ce292.webp출처:MHN

이미 12도루를 기록한 이정후는 이 홈런으로 자신의 첫 10-10도 완성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가운데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과 도루를 동시에 기록한 것은 추신수와 김하성에 이어 세 번째다. 단순히 홈런 하나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코리안 메이저리거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길 수 있는 이정표 하나를 세웠다.

물론 이정후가 이번 시즌 가장 원했던 숫자는 따로 있었다. 3할이다.

정교한 타격을 최대 장점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정후에게 3할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숫자였다. 빠른 공에 대응하고 낯선 투수들의 변화구에 적응하면서도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콘택트 능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기록이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에도 의미가 컸다. 구단에서는 2004년 배리 본즈 이후 좌타자 3할 타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정후가 시즌 한때 3할을 훌쩍 넘어서는 타율을 기록하면서 오랫동안 끊겨 있던 기록을 다시 연결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자연스럽게 커졌다.

7007693_3_f8f1c71d.webp출처:연합뉴스

그러나 시즌은 길었다. 8월 이후 긴 타격 슬럼프가 찾아오면서 이정후의 타율은 빠르게 떨어졌다. 19일 현재 532타수 146안타, 타율 0.274. 정규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든 점을 고려하면 3할까지 다시 끌어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졌다.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한때 손에 잡힐 것 같았던 기록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시즌 초중반의 흐름을 끝까지 이어갔다면 이정후라는 타자의 정체성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숫자를 남길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긴 시즌을 버텨내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다시 경험했다.

하지만 3할에 실패했다고 이번 시즌 전체를 실패로 규정할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홈런의 증가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정후에게 거포의 야구를 요구할 이유는 없다.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인 정교함을 버리고 장타를 좇는 순간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정확한 타격을 유지하면서 10개 이상의 홈런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상대 투수에게 단순히 안타만 조심하면 되는 타자가 아니라 실투 하나가 장타로 연결될 수 있는 타자라는 부담까지 줄 수 있다.

주루에서도 활용 폭을 넓혔다. 출루한 뒤 다음 베이스를 노릴 수 있는 발은 이정후가 가진 또 하나의 무기다. 여기에 장타 생산까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타율 하나만 놓고 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공격 전체를 보면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이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에는 부상 때문에 제대로 된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 지난해 긴 메이저리그 시즌을 경험하면서 8홈런을 기록했고, 이번 시즌에는 처음으로 10홈런 고지를 넘어섰다. 아직 완성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시즌 후반 타격 페이스가 크게 떨어졌고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타율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론을 만들지 못했다.

7007693_4_a35bb9bd.webp출처:연합뉴스

하지만 시행착오 속에서도 숫자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하는 경험이 쌓였고 장타에서도 자신의 커리어에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실패했던 부분과 성장한 부분이 동시에 존재하는 시즌이다.

그래서 10번째 홈런은 단순한 홈런 하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3할은 사실상 멀어졌다. 샌프란시스코가 2004년 배리 본즈 이후 기다리고 있는 좌타자 3할의 계보를 잇는 일도 다음 기회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정후에게는 이번 시즌을 통해 얻은 것도 분명히 있다. 자신이 메이저리그에서 단순한 교타자에 머물 필요가 없다는 가능성을 조금씩 숫자로 보여주고 있다.

이정후는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완성형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그래서 다음 시즌이 더 중요하다. 이번 시즌 경험한 후반기 슬럼프를 줄이고 자신의 장점인 정교함을 시즌 끝까지 유지하면서 올해 확인한 장타력과 주루 능력을 함께 가져갈 수 있다면 한 단계 더 높은 성적을 바라볼 수 있다.

3할을 놓친 것은 아쉽다. 그러나 시즌 전체가 제자리걸음이었던 것은 아니다.

이정후는 완성되지 않았지만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다는 것. 어쩌면 이번 시즌 가장 중요하게 남겨야 할 숫자는 3할도, 10-10도 아닌 그 '전진'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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