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실수한 동료의 빈자리를 채워라... 고시엔 우승 감독이 말한 강팀의 조건은?
[임원수 경주고 감독-나카타니 치벤와카야마고 감독 대담]
학년 당 12∼13명 소수 정예…“모든 선수가 제 역할 하도록”
“야구는 실책의 스포츠…한 사람 실수를 나머지가 메워야”
모두가 함께 만든 우승…“우리는 결과의 맨 앞에 섰을 뿐”
기량보다 팀을 향한 열정이 더 중요
경주고 임원수 감독과 치벤와카야마고교 나카타니 진 감독. 와카야마=박상은 기자
“야구는 ‘실책의 스포츠’입니다. 중요한 건 누군가 실수했을 때 동료들이 어떻게 메워주느냐입니다”
올해 일본 고교야구 최고봉인 여름 고시엔 정상에 오른 치벤와카야마고의 나카타니 진 감독이 꼽은 강팀의 조건은 의외로 단순했다. 뛰어난 선수가 몇 명이 있느냐보다, 서로의 실수를 감싸는 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카타니 감독은 최근 임원수 경주고 감독과 만나 양국 고교야구의 지도 철학과 선수 육성 방식을 놓고 심도있는 의견을 나눴다. 국적과 언어는 달랐지만 야구라는 공통의 언어 앞에서 두 지도자는 빠르게 공감대를 형성했다.
경주고와 치벤와카야마고는 닮은 점이 적지 않다. 영남권과 일본 간사이라는 야구 열기가 뜨거운 지역에 자리한 데다, 학년당 12~13명 안팎의 소수 정예로 선수단을 운영한다. 다만 올여름 치벤와카야마고는 고시엔 우승이라는 결실을 거뒀다.
임 감독은 적은 선수로 일본 고교야구 정상에 오른 비결부터 물었다. 이에 나카타니 감독은 “많은 선수를 모으는 것보다 3학년이 됐을 때 선수 한 명 한 명이 경기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이는 학교 초대 이사장인 후지타 데루키요 선생님 때부터 이어진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를 선발할 때도 기량만 보지 않는다. 치벤와카야마고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고시엔 무대를 밟겠다는 열망, 그리고 팀을 향한 애정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나카타니 감독은 “‘치벤와카야마가 아니면 안 된다’는 간절함을 지닌 선수는 기량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라며 “그런 선수는 팀 전체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 넣는다”고 말했다.
나카타니 진 치벤와카야마고교 감독. 와카야마=박상은 기자
소수 정예 체제에는 위험도 따른다. 부상자가 발생하거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선수가 나오면 대체 자원이 풍부한 팀보다 충격이 크다. 나카타니 감독은 바로 그때 지도자의 역량이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잘하는 선수는 어느 정도 스스로 성장하지만, 선수층이 얇은 팀에서는 성장이 더딘 선수가 금세 눈에 띈다”면서 “지도자는 그럴 때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구 기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공부하고 훈련할지, 자신의 목표를 어떻게 만들어갈지를 함께 고민한다”며 “그 과정에서 얻는 경험은 야구뿐 아니라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도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나카타니 감독은 자신의 야구를 “준비하는 야구”라고 정의했다. 한 번의 플레이, 한 차례의 경기를 위해 얼마나 철저히 준비했는지가 승패를 좌우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아무리 준비해도 야구에서 실수를 완전히 없앨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야구를 ‘실책의 스포츠’라고 했다.
“투수가 어려울 때는 타자가 돕고, 타자가 풀리지 않을 때는 투수가 막아줘야 합니다. 한 선수의 실수를 서너 명이 함께 메울 수 있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집니다. 반대로 동료의 실수를 외면하거나 비웃는 선수는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도 팀에 큰 힘이 되기 어렵습니다”
치벤와카야마고 선수들이 8월 22일 일본 효고현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제108회 전일본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결승에서 겐다이다카사키고를 4-3으로 꺾고 우승한 뒤 마운드로 뛰어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고시엔=박상은 기자
실제로 올해 고시엔 결승은 이런 철학이 응축된 경기였다. 치벤와카야마고는 8회초 역전 2점 홈런을 허용하며 패배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벤치에서는 ‘아직 공격 기회가 남아 있다’ ‘끝까지 해보자’는 외침이 끊이지 않았다. 나카타니 감독은 “선수들의 눈빛이 살아 있었다”면서 “우승에 대한 간절함도 느꼈지만, 그 순간 ‘정말 좋은 팀이 만들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감독으로서 흐뭇했다”고 돌아봤다.
결승전 경기장을 가득 채운 4만 5,000여 관중도 치벤와카야마고의 버팀목이었다. 재학생과 학부모뿐 아니라, 졸업생, 지역 주민, 응원단과 치어리더, 합주부까지 하나가 돼 선수들을 응원했다. 나카타니 감독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고, 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며 “구장 전체가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줬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의 응원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치벤와카야마고는 선수들에게 ‘야구선수에 앞서 학생이자 사회 구성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등하굣길에 어른을 만나면 먼저 인사하고,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보면 줍도록 가르친다. 작은 행동이 쌓여 지역의 신뢰와 애정을 얻었다는 게 나카타니 감독의 설명이다.
고시엔 우승 후에는 선수단을 향한 편지와 격려가 이어졌고, 각종 물품과 후원도 쏟아졌다. 나카타니 감독은 그럴수록 ‘감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승은 선수들만의 힘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부모님과 교사, 학교 관계자와 졸업생, 응원단, 지역 주민이 함께 만든 결과”라며 “우리는 그 결과물의 맨 앞에 서 있었을 뿐이다. 세상 어디에도 당연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치벤와카야마고교 야구부 역대 고시엔 우승 깃발과 트로피. 와카야마=박상은 기자
두 감독의 대화는 어느새 인생과 야구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임 감독이 야구의 의미를 묻자 나카타니 감독은 “야구 덕분에 직업을 얻었고 수많은 선후배도 만났다”면서 “야구를 통해 맺은 인연이 내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고시엔 우승으로 치벤와카야마고를 향한 기대는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나카타니 감독은 우승의 영광보다 다음 도전을 이야기했다. “기대가 커진 만큼 언젠가 힘든 시기도 찾아올 겁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어려움을 하나씩 헤쳐 나가며 치벤와카야마만의 야구로 다시 도전하겠습니다.”
치벤와카야마고교의 포수 야마다(2번)가 타격을 마친 뒤 공수 교대 때 벤치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포수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한 명은 수건을 건네고, 다른 한 명은 헬멧과 가슴보호대를 챙겼으며, 나머지 2명은 좌우 무릎 보호대를 채워주고 있다. 후보 선수까지 ‘원팀’으로 함께 싸우는 치벤와카야마고의 문화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고시엔=박상은 기자.
두 감독의 대화에서 단숨에 강팀을 만드는 ‘특별한 비법’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소수 정예팀이 살아남는 원칙은 분명했다. 선수를 숫자로 보지 않고 한 명 한 명을 성장시키는 것. 실수한 동료를 탓하기보다 서로의 빈자리를 함께 채우는 것. 팀의 승리를 결코 자신들만의 공으로 돌리지 않는 것이다.
소수라서 약한 것이 아니라, 소수이기에 서로를 더 잘 볼 수 있다는 것. 경주고와 치벤와카야마고가 확인한 소수 정예 야구의 힘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이었다.
연관기사• 같은 조건, 다른 결과… 경주고가 '日 고시엔 최강'을 찾은 이유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91016030004741)
와카야마=박상은 기자
학년 당 12∼13명 소수 정예…“모든 선수가 제 역할 하도록”
“야구는 실책의 스포츠…한 사람 실수를 나머지가 메워야”
모두가 함께 만든 우승…“우리는 결과의 맨 앞에 섰을 뿐”
기량보다 팀을 향한 열정이 더 중요
경주고 임원수 감독과 치벤와카야마고교 나카타니 진 감독. 와카야마=박상은 기자“야구는 ‘실책의 스포츠’입니다. 중요한 건 누군가 실수했을 때 동료들이 어떻게 메워주느냐입니다”
올해 일본 고교야구 최고봉인 여름 고시엔 정상에 오른 치벤와카야마고의 나카타니 진 감독이 꼽은 강팀의 조건은 의외로 단순했다. 뛰어난 선수가 몇 명이 있느냐보다, 서로의 실수를 감싸는 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카타니 감독은 최근 임원수 경주고 감독과 만나 양국 고교야구의 지도 철학과 선수 육성 방식을 놓고 심도있는 의견을 나눴다. 국적과 언어는 달랐지만 야구라는 공통의 언어 앞에서 두 지도자는 빠르게 공감대를 형성했다.
경주고와 치벤와카야마고는 닮은 점이 적지 않다. 영남권과 일본 간사이라는 야구 열기가 뜨거운 지역에 자리한 데다, 학년당 12~13명 안팎의 소수 정예로 선수단을 운영한다. 다만 올여름 치벤와카야마고는 고시엔 우승이라는 결실을 거뒀다.
임 감독은 적은 선수로 일본 고교야구 정상에 오른 비결부터 물었다. 이에 나카타니 감독은 “많은 선수를 모으는 것보다 3학년이 됐을 때 선수 한 명 한 명이 경기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이는 학교 초대 이사장인 후지타 데루키요 선생님 때부터 이어진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를 선발할 때도 기량만 보지 않는다. 치벤와카야마고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고시엔 무대를 밟겠다는 열망, 그리고 팀을 향한 애정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나카타니 감독은 “‘치벤와카야마가 아니면 안 된다’는 간절함을 지닌 선수는 기량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라며 “그런 선수는 팀 전체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 넣는다”고 말했다.
나카타니 진 치벤와카야마고교 감독. 와카야마=박상은 기자소수 정예 체제에는 위험도 따른다. 부상자가 발생하거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선수가 나오면 대체 자원이 풍부한 팀보다 충격이 크다. 나카타니 감독은 바로 그때 지도자의 역량이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잘하는 선수는 어느 정도 스스로 성장하지만, 선수층이 얇은 팀에서는 성장이 더딘 선수가 금세 눈에 띈다”면서 “지도자는 그럴 때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구 기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공부하고 훈련할지, 자신의 목표를 어떻게 만들어갈지를 함께 고민한다”며 “그 과정에서 얻는 경험은 야구뿐 아니라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도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나카타니 감독은 자신의 야구를 “준비하는 야구”라고 정의했다. 한 번의 플레이, 한 차례의 경기를 위해 얼마나 철저히 준비했는지가 승패를 좌우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아무리 준비해도 야구에서 실수를 완전히 없앨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야구를 ‘실책의 스포츠’라고 했다.
“투수가 어려울 때는 타자가 돕고, 타자가 풀리지 않을 때는 투수가 막아줘야 합니다. 한 선수의 실수를 서너 명이 함께 메울 수 있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집니다. 반대로 동료의 실수를 외면하거나 비웃는 선수는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도 팀에 큰 힘이 되기 어렵습니다”
치벤와카야마고 선수들이 8월 22일 일본 효고현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제108회 전일본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결승에서 겐다이다카사키고를 4-3으로 꺾고 우승한 뒤 마운드로 뛰어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고시엔=박상은 기자실제로 올해 고시엔 결승은 이런 철학이 응축된 경기였다. 치벤와카야마고는 8회초 역전 2점 홈런을 허용하며 패배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벤치에서는 ‘아직 공격 기회가 남아 있다’ ‘끝까지 해보자’는 외침이 끊이지 않았다. 나카타니 감독은 “선수들의 눈빛이 살아 있었다”면서 “우승에 대한 간절함도 느꼈지만, 그 순간 ‘정말 좋은 팀이 만들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감독으로서 흐뭇했다”고 돌아봤다.
결승전 경기장을 가득 채운 4만 5,000여 관중도 치벤와카야마고의 버팀목이었다. 재학생과 학부모뿐 아니라, 졸업생, 지역 주민, 응원단과 치어리더, 합주부까지 하나가 돼 선수들을 응원했다. 나카타니 감독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고, 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며 “구장 전체가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줬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의 응원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치벤와카야마고는 선수들에게 ‘야구선수에 앞서 학생이자 사회 구성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등하굣길에 어른을 만나면 먼저 인사하고,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보면 줍도록 가르친다. 작은 행동이 쌓여 지역의 신뢰와 애정을 얻었다는 게 나카타니 감독의 설명이다.
고시엔 우승 후에는 선수단을 향한 편지와 격려가 이어졌고, 각종 물품과 후원도 쏟아졌다. 나카타니 감독은 그럴수록 ‘감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승은 선수들만의 힘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부모님과 교사, 학교 관계자와 졸업생, 응원단, 지역 주민이 함께 만든 결과”라며 “우리는 그 결과물의 맨 앞에 서 있었을 뿐이다. 세상 어디에도 당연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치벤와카야마고교 야구부 역대 고시엔 우승 깃발과 트로피. 와카야마=박상은 기자두 감독의 대화는 어느새 인생과 야구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임 감독이 야구의 의미를 묻자 나카타니 감독은 “야구 덕분에 직업을 얻었고 수많은 선후배도 만났다”면서 “야구를 통해 맺은 인연이 내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고시엔 우승으로 치벤와카야마고를 향한 기대는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나카타니 감독은 우승의 영광보다 다음 도전을 이야기했다. “기대가 커진 만큼 언젠가 힘든 시기도 찾아올 겁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어려움을 하나씩 헤쳐 나가며 치벤와카야마만의 야구로 다시 도전하겠습니다.”
치벤와카야마고교의 포수 야마다(2번)가 타격을 마친 뒤 공수 교대 때 벤치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포수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한 명은 수건을 건네고, 다른 한 명은 헬멧과 가슴보호대를 챙겼으며, 나머지 2명은 좌우 무릎 보호대를 채워주고 있다. 후보 선수까지 ‘원팀’으로 함께 싸우는 치벤와카야마고의 문화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고시엔=박상은 기자.두 감독의 대화에서 단숨에 강팀을 만드는 ‘특별한 비법’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소수 정예팀이 살아남는 원칙은 분명했다. 선수를 숫자로 보지 않고 한 명 한 명을 성장시키는 것. 실수한 동료를 탓하기보다 서로의 빈자리를 함께 채우는 것. 팀의 승리를 결코 자신들만의 공으로 돌리지 않는 것이다.
소수라서 약한 것이 아니라, 소수이기에 서로를 더 잘 볼 수 있다는 것. 경주고와 치벤와카야마고가 확인한 소수 정예 야구의 힘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이었다.
연관기사• 같은 조건, 다른 결과… 경주고가 '日 고시엔 최강'을 찾은 이유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91016030004741)
와카야마=박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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