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새신랑 정한용 “이제 실수하면 안되는 위치…2년 연속 트레블이 목표”
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 아웃사이드 히터 정한용. 대한항공 제공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 아웃사이드 히터 정한용은 5월 웨딩마치를 울린 ‘새신랑’이다. 아직 깨가 쏟아질 때지만 정작 아내와 신혼을 즐길 시간은 없었다. 곧바로 국가대표팀에 소집돼 국제대회를 치르느라 한 달에 아내를 만나는 날이 한두 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2026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을 마치고 일본 사카이에서 전지훈련 중인 소속팀에 복귀한 정한용은 6일“아내보다 형들이나 동료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아내도 내가 국가대표로 뛰는 걸 자랑스러워하며 대표팀에 가는 것을 응원해 줬다. 서운해하기보다는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은 걸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아내 역시 승무원이라 어렵게 집에 돌아와도 서로 일정이 엇갈리기 일쑤다. 정한용은 “이번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도 하루 이틀 같이 있다가 아내가 또 비행을 나가야 한다”고 했다.
비록 함께 보내는 시간은 많지 않지만, 결혼은 배구를 대하는 정한용의 마음가짐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그는 “예전까지는 내가 가족들에게 챙김을 받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이 한 명 더 생겼다”며 “확실히 마음가짐도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한용이 느끼는 책임감은 코트 위에서도 한층 커졌다. 더는 ‘유망주’라는 꼬리표 뒤에 숨을 수 없게 된 정한용은 “예전에는 실수해도 아직 어리고 연차가 많이 쌓이지 않았다는 게 어느 정도 핑계가 될 수 있었다”며 “이제는 같은 실수를 하면 ‘이런 실수를 하면 안 되는 선수인데’라는 시선이 생긴 것 같다. 나도 그런 걸 느끼면서 책임감이 훨씬 커졌다”고 했다.
태극마크의 무게도 달라졌다. 이번 대회는 정한용의 두 번째 아시안게임이었다. 2023년 항저우 대회 때만 해도 막내급 선수였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코트에서 자신의 몫을 해내야 하는 선수가 됐다.
정한용은 “첫 아시안게임 때는 형들이 주축이었고 나는 따라가는 입장이었다. 모든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며 “이번에는 언제 코트에 들어갈지 모르는 상황이 여러 번 나오다 보니 항상 ‘내가 뛴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했다”고 했다. 이어 “한국 배구가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다. 3년 전과는 전혀 다른 마음으로 대회에 임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아쉬움도 컸다. 한국은 이란과의 8강전에서 세트스코어 2-1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2-3으로 역전패했다. 정한용은 “(임)성진이 형이 앞선 대회부터 몸이 많이 올라와 있었는데 중국전에서 다치는 바람에 내가 뛰게 됐다”며 “중요한 역할을 맡았는데 원했던 만큼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내가 더 해줬어야 하고 동료들에게 더 힘이 돼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아쉬움만 안고 돌아온 건 아니다. 아시아 정상급 팀을 상대로 ‘해볼 만하다’라는 자신감도 얻었다. 정한용은 “처음에는 대표팀 선수들 대부분 이란이나 중국을 상대로 ‘이기기 쉽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며 “그런데 몇 차례 직접 맞붙으면서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 이제는 ‘우리도 충분히 이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는 아쉽지만, 자신감과 자존심을 찾고 끝낸 대회였던 것 같다”고 했다.
4년 뒤 아시안게임에서도 태극마크를 단다면 정한용은 대표팀을 이끄는 고참급 선수가 된다. 정한용은 “기회가 온다면 동생들을 잘 이끌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꼭 금메달이 아니더라도 시상대에 올라 뭐든 하나는 목에 걸고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긴 대표팀 일정은 곧바로 시작되는 새 시즌을 위한 준비이기도 했다. 정한용은 “2023년 항저우 대회 때부터 지석이 형이 ‘대표팀에서도 경기를 많이 뛰어봐야 소속팀에 돌아와 시즌을 시작할 때 경기 감각을 빨리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며 “그래서 욕심을 내서 최대한 많이 뛰려고 했다”고 했다.
정한용은 지난 시즌에도 중요한 순간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대한항공이 2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오른 챔피언결정전에서 꾸준히 공격을 책임졌고, 현대캐피탈과의 최종 5차전에서는 마쏘에 이어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14점을 올렸다. 정한용은 “3, 4차전에서 팀도 그렇고 나도 원하는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며 “그래서 5차전에서는 앞선 경기에서 못했던 부분을 꼭 만회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생각보다 경기가 잘 풀렸다”고 말했다.
코트 안팎에서 책임감은 커졌지만 친근한 별명 ‘하마’는 그대로다. “하지 마!”라는 말을 자주 하던 정한용에게 선배들이 ‘하지 마→하마’라고 부르기 시작한 게 지금까지 이어졌다. 이후 생김새도 하마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별명이 더 굳어졌다. 헤난 달 조토 대한항공 감독도 정한용을 ‘하마’라고 부른다.
정한용은 “이제는 다들 입에 붙었는지 ‘한용아’보다 ‘하마’라고 부르는 사람이 더 많다”며 “그렇다고 별명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지만 요즘은 ‘해보자’ 같은 긍정적인 말도 많이 하려고 한다”고 웃었다.
정한용의 다음 목표는 대한항공과 함께 또 하나의 역사를 쓰는 것이다. 정한용은 “형들에게 아직 2년 연속 트레블을 달성한 팀이 없다고 들었다”며“우리가 처음으로 그 기록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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