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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6번의 정상 함께한 ‘원클럽맨’ 조재영 “포지션 전환은 ‘신의 한 수’”

관리자 각티비 2026-10-04 13:38 1 0
7974989_1_4500571c.webp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의 베테랑 미들블로커 조재영. 대한항공 제공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의 베테랑 미들블로커 조재영(35)은 2013년 프로 데뷔한 뒤 줄곧 대한항공의 푸른 유니폼만 입어온 ‘원클럽맨’이다. 창단 첫 우승부터 6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대한항공이 ‘왕조’를 세우는 과정을 함께 했고, 어느덧 14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조재영은 4일 일본 오사카부 사카이시 일본제철 사카이체육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렇게까지 배구를 오래할 줄 몰랐다. 지금까지 선수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대한항공에는 원클럽맨이많지 않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자부심이 더 크다”고 말했다.

13년 전과 비교했을 때 조재영이 체감하는 팀의 가장 큰 변화는 선수들에게 주어진 ‘자유와 책임’이다. 조재영은 “입단 당시에는 엄격함 속에서 훈련했다면 지금은 자유 속에 엄격함이 녹아 있다는 느낌”이라며 “선수 개개인의 책임감이 커지면서 더 프로다워졌고 그만큼 자유도 주어진 것 같다”고 했다.

반대로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묻자 주저 없이 세터 한선수(41)를 꼽았다. 조재영은 “선수 형이 있기 때문에 대한항공이 변함없이 강팀인 것 같다”며 웃었다.

누구보다 많은 우승의 순간을 함께했지만 더 강렬하게 남아 있는 기억은 오히려 정상에 서지 못했던 순간들이다. 그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이기고 시즌을 마치는 것과 지고 끝내는 건 분위기가 하늘과 땅 차이”라며 “우승했을 때는 연봉 협상에도 웃으면서 들어가지만 졌을 때는 삭막함 뿐이다”라고 돌아봤다.

무엇보다 단상 밑에서 우승팀을 향해 박수를 보내야 했던 순간을 견딜 수가 없었다. 조재영은 “그럴 바에는 차라리 3등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그런 경험을 많이 했던 선수 형, (정)지석이(31) 등과 함께 ‘이런 자리와 분위기는 더 이상 겪고 싶지 않다. 무조건 우승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7974989_2_53e02f3d.webp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의 베테랑 미들블로커 조재영. 대한항공 제공조재영의 선수 인생에서 한선수는 특별한 존재다. 프로에 입단할 때만 해도 조재영의 포지션은 지금의 한선수와 같은 세터였다. 하지만 한선수라는 높은 벽 앞에서 ‘미들블로커’라는 새로운 길을 택했다. 조재영은 “이 팀에서 선수 형을 뛰어넘기 어렵다는판단을 했다”며 “선수 형이 많이 도와줘서 처음 접한 포지션인데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선수 형은 나에게 ‘귀인’ 같은 존재”라고 했다.

한선수는 미들블로커로 전향한 조재영에게최고의 ‘훈련 파트너’이기도 했다. 조재영은 “선수 형이 ‘내가 만들어 줄 테니 너는 휘두르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며 “미들블로커는 블로킹과 공격이 모두 중요한데 최고의 세터가 토스를 해주니 공격에서 부담을 많이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블로킹에서도 선수 형의 토스를 계속 따라가면서 상대 세터의 움직임이나공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물론 포지션 전향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다. 조재영은 당시를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잘하는 미들블로커 선배들도 많았고 후배들도 많았다. 웬만큼 훈련해서는 따라갈 수가 없었다”며 “아침, 점심, 야간을 가리지 않고 하루에 몇 타임이 됐든 계속 훈련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무릎 도가니’를 갈아 넣어가며 지속한 훈련은 결국 그의 선수 인생을 바꿨다. 조재영은 “계속 세터를 했다면 이 팀 저 팀을 다니다가 은퇴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팬들이 기억할 수 있는 지금의 위치까지 오른 걸 보면 포지션을 바꾼 게 ‘신의 한 수’였던것 같다”고 했다.

세터로 쌓은 경험은 조재영만의 무기가됐다. 그는 “세터는 기본적으로 두 번째 공을 책임지는 포지션이다. 그래서인지 다음 공에 대비하는 준비 동작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직접 토스를 올릴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

그 장점이 가장 극적으로 빛난 순간이 2023~2024시즌 챔피언결정전 3차전이었다. 원포인트 블로커로 코트에 들어간 조재영은 마지막 챔피언십 포인트에서 김민재(23)에게 속공 토스를 올렸고, 김민재가 이를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대한항공은 통합 4연패를 달성했다.

조재영은 “원래는 (임)동혁이(27)에게 올라가야 하는공이었다. 그런데 평소 (김)민재와 장난처럼 속공을 많이 맞춰봤는데 그 순간에는 왠지 민재에게 주면 될 것 같은 느낌이 딱 왔다”며 “주저하지 않고 올렸는데 내 손에서 시작된 공이 챔피언십 포인트로 이어졌다는 게 굉장히 기분 좋은 경험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어느덧 조재영은 선수단에서 한선수, 김규민(36)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고참이 됐다. 그는“지난해까지만 해도 (곽)승석이 형이 있었고 그전에는 (김)성민이 형, (유)광우 형도 있었다. 올해 세 번째가 되니 확 와닿는다”며 “이제는 지석이를 도와주려고 한다. 형들이했던 것처럼 해줄 이야기도 있고 팀 분위기를 잡는 데도 거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다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조재영은 잔류를 택했다. 오랜 시간 쌓아 올린 명성에 기대지않고 여전히 발전하는 선수로 남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조재영은 “‘이 선수는 이제 나이도 있고 끝났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고 싶다. 그래서 비시즌에도 체중을 감량하는 등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아직도 발전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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