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김기자의 V토크] ‘3대’ 500 치는 박철우 우리카드 감독
속초 전지훈련 중인 우리카드 박철우 감독. 사진 우리카드 3일 강원도 속초 청호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체력 훈련을 하던 선수들이 일제히 박철우(사진) 감독을 번쩍 들어 올려 바다로 내던지려 했다. 하지만 박 감독이 버텨 깊은 물속까지 끌고 가지 못했다. 2m7㎝의 거구 외국인 선수 하파엘 아라우조는 “감독님은 도저히 못 당해내겠다. 기계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박철우 감독은 은퇴 후에도 여전히 현역 선수 못지않은 몸을 유지하고 있다. “은퇴할 때(100㎏)보다 체중이 8㎏ 불었다”는 그는 “지금도 현역 시절 다뤘던 웨이트 트레이닝 무게를 그대로 든다”고 했다. 3대 운동(스쿼트·벤치프레스·데드리프트) 합계만 500㎏에 달한다.
지난 2025~2026시즌 우리카드는 6승 12패로 전반기를 마쳤다. 남자부 7개 팀 가운데 6위에 처져 봄 배구는 요원해 보였다. 하지만 마우리시오 파예스 감독을 대신해 박철우 코치가 지휘봉을 잡은 후 14승 4패를 기록했고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최종 3위로 시즌을 마쳤다.
박철우 우리카드 감독. 사진 한국배구연맹 그러나 박 감독의 가슴 속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 있다. 현대캐피탈과의 플레이오프 1, 2차전 모두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서다 내리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정규리그 후반기 승률은 좋았지만,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무너진 책임을 무겁게 느낀다. 아쉬웠던 장면 하나하나가 지금도 또렷하지만, 당시 경기 영상은 가슴이 쓰려 아직도 다시 보지 못했다”며 “지난 시즌의 성과는 이미 잊었다. 플레이오프의 패배감만 곱씹으며 새 시즌을 준비했다”고 털어놨다.
박 감독은 V리그 출범기를 호령했던 대표적인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현대캐피탈 레오(7419점)에 이어 통산 득점 2위(6623점)에 올라 있는 역대 최고의 왼손 공격수다. 2024년 코트를 떠난 뒤 1년간 해설위원으로 시야를 넓혔고, 우리카드에 코치로 합류한 지 불과 1년 만에 정식 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그는 “이렇게 빨리 지휘봉을 잡게 될 줄은 몰랐다. 코치로서 파예스 감독님을 더 잘 보좌하지 못한 죄송함도 크다”면서도 “10년차 코치 출신이라 해도 감독 자리는 누구나 처음이다. 처음이라는 부담에 짓눌리진 않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장인인 신치용 전 삼성화재 감독이 건넨 “장수가 갑옷을 입었으니 이제 한순간도 방심해선 안 된다”는 묵직한 조언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
박철우 우리카드 감독. 사진 한국배구연맹 스포츠계에는 ‘스타 플레이어는 명감독이 되기 어렵다’는 속설이 따라붙는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난 애초에 명선수가 아니었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선수 시절 단 한 번도 내 기량에 만족해 본 적이 없다. 국제대회에서 뚜렷한 성적을 낸 것도 아니고, 결정적인 순간에 팀 발목을 잡은 적도 많았다”며 “그래서 선수들에게도 부족한 점을 가감 없이 짚어준다. 나처럼 공격만 잘하는 ‘반쪽짜리 선수’가 되지 말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농구선수 출신 신혜인 씨와 결혼한 박 감독의 두 딸 소율(13)과 시하(10) 양도 배구를 시작했다. 박 감독은 딸들을 대할 때 다정한 부모보다 냉철한 배구 선배의 시선을 유지하려 한다. 그는 “이 바닥에서 살아남는 게 얼마나 힘겨운지 누구보다 잘 안다. ‘열심히 노력했다’고 스스로 만족하는 건 진짜 노력이 아니다. 배움과 노력에는 끝이 없다. 딸들에게도 엄격하게 대하지만, 배구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게 우선”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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