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각티비

스포츠 뉴스

배구 정관장 성추행 사태, 감독도 결국 사퇴... 왜 이렇게 늦었을까

관리자 각티비 2026-08-30 11:01 13 0
[주장] 사건 발생 7개월 만에 가해 코치·감독 모두 퇴출… 구단 늑장 대응 비판 여전5684436_1_86563912.webp▲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고희진 감독ⓒ 연합뉴스
'코치 성추행 파문'에 휩싸인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에서 결국 감독도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관장 구단은 28일 "고희진 감독이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수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선수단이 훈련과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차기 사령탑 선임 절차에 신속히 착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사건은 올해 1월 V리그 올스타 휴식기 당시 벌어진 선수단 회식 자리에서 벌어졌다. 당시 코치가 선수를 상대로 부적절한 성추행 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수면 위로 드러났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정관장 구단은 이후 한국배구연맹(KOVO)과 스포츠윤리센터에 사건을 신고했다. 해당 코치는 구단에 사직서를 제출하며 팀을 떠났다.

하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현장에 동석했던 고희진 감독의 대응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고희진 감독은 논란 직후 해당 코치의 행위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정관장 구단 역시 사과문에 '성추행' 사태 언급 자체를 회피하는 등, 사태를 축소하려 드는 게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배구 팬들의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고, 일각에서는 가해 코치와 고희진 감독의 처벌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에 돌입하기도 했다.

결국 여론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고희진 감독은 뒤늦게 자진 사퇴를 선택했다. 고 감독은 2022-2023시즌부터 정관장의 지휘봉을 잡았다. 2024-2025시즌에는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한 뒤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하며 준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2025-2026시즌에는 성적이 크게 떨어지며 최하위에 머물렀고, 결국 선수단 회식에서 발생한 사건까지 겹치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불명예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사태 발생 이후 7개월, 그동안 구단은 무얼 했나

가해자 코치와 고희진 감독이 결국 모두 퇴출되기는 했지만, 이번 사태는 배구계에 여러모로 씁쓸한 뒷맛과 숙제를 남긴다. 2026년에도 불구하고 스포츠계에 음지에서 여전히 각종 비위 행위가 만연하고 있고, 공론화를 가로막는 침묵의 카르텔 역시 견고하다는 현실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성추행 사태가 벌어진 것이 지난 1월이었다. 그런데 정관장 구단은 무려 넉달이 지난 5월이 되어서야 복수 언론의 문제제기로 사실관계를 처음 파악하고 뒤늦은 대응에 나섰다. 그동안 피해자는 가해자들과 함께 한 팀에서 활동하며 계속 끔찍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후 구단 측의 허술한 대응도 문제투성이였다. 정관장 구단 측이 해당 사태에 대한 공식 사과문을 낸 것은 지난 7월 17일이었다. 첫 입장표명 시점도 늦은 상황에서, 400자도 채 되지 않는 사과문은 성의와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정관장은 성추행 의혹을 '지도자 사안'이라고 두루뭉술하게 표시하는가 하면, 정작 피해자에 대해서는 일절 거론하지 않은 채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져 죄송하다'고만 표현했다. 그동안 구단의 내부 자정과 관리 시스템이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해명도 일절 없었다.

또한 고희진 감독과 책임과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구단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구단 측에 따르면 고 감독은 이미 5월부터 감독직 업무 수행에서 배제된 상태였다고 한다. 누가 봐도 정상적인 감독 수행이 더 이상 어렵다면, 고 감독의 책임을 물어 단호하게 거취 문제를 정리하고 감독교체를 단행하여 팀을 정상화시켰어야했다.

하지만 정관장은 이번에도 우물쭈물 시간만 끌다가 시즌 개막이 임박한 8월말이 되어서야, '경질'도 아닌 자진 사퇴를 수용한다는 애매한 모양새로 고 감독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과연 구단이 진작에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드는 장면이다.

이번 정관장 사태가 남긴 교훈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남긴 교훈은, 2026년 현재도 체육계 특유의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구조 속에서 언제든 지도자와 선수간 위계에 따른 부적절한 행위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를 방지하고 처벌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과 인식은 아직 취약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데 있다.

한국 체육계는 2010년대 후반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미투 운동'으로 큰 변화를 겪은 바 있다. 배구를 비롯하여 트라이애슬론, 빙상, 테니스, 유도계 등 여러 종목에서 폭언과 폭행, 성추행, 가혹행위 등에 대한 고발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이후 대한체육회를 비롯해 각 경기 단체 및 종목 연맹들은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사건 발생 시 즉각 대처할 수 있는 각종 시스템이 마련된 바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 또한 자체적인 선수고충처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관장 사태를 통하여 실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여전히 피해자 측에서 즉각 대응하고 고발할 용기를 내는 게 쉽지 않다는 현실을 확인했다. 이번 사태를 공론화시킨 것은, 배구계 내부 고발이 아닌 언론과 팬들이었다. 물론 선수들 입장에서는 부당한 일을 겪고 신고하고 싶어도, 익명 보장과 피해자 보호, 가해자 처벌 수위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실정이다. 또한 인맥과 학연으로 얽혀있는 좁은 체육계 내에서, 자칫 가해자를 고발했다가 보복이나 2차 가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고발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관장 성추행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 무려 7개월이나 시간이 지연된 이유도 결국 이 때문이다. 그동안 배구계 내부에서 피해자 보호, 구단과 연맹의 대응, 가해자 코치와 감독에 대한 처분 등은 모두 단호하거나 신속한 대응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지켜보는 팬들은 모두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느껴야 했다.

앞으로 비위행위를 일으킨 인물에 대해서는 지위와 명성에 상관없이 원아웃 퇴출 혹은 영구제명같은 중징계, 구단의 관리 소홀에 대한 연대 책임과 문책, 연맹 차원의 피해자 보호와 2차가해 방지책 등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벌백계의 사례가 하나씩 쌓여 본보기가 될 때만이, 피해자들도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내고 진실을 알리는 구성원들이 점점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