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형들, 우린 한일전 이겼어요
윤지원(왼쪽)과 윤지훈 형제는 한국 농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기대주다. 이란성 쌍둥이인 둘은 농구선수 출신 어머니 정혜민씨의 재능을 물려받아 어릴 때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김경록 기자 침체에 빠진 한국 농구에 새로운 희망을 드리울 쌍둥이가 등장했다. 똑 닮은 얼굴로 코트를 종횡무진 누비는 2008년생 이란성 쌍둥이 윤지원(1m93㎝)-윤지훈(1m88㎝·이상 경복고 3학년) 형제다. 형 윤지원은 포워드, 동생 윤지훈은 가드로 활약 중인데, 농구계에서 “당장 프로에서 뛰어도 통할만한 재목”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상민(KCC), 전희철(SK), 조상현(LG) 등 레전드 출신 감독들도 주목하는 기대주들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경복고 체육관에서 만난 쌍둥이 형제는 “올해 22경기를 뛰었는데, 함께 독감에 걸린 한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이겼다”면서 “고교 무대에선 경쟁력을 확인했으니 머지않아 대학 또는 프로 무대에서 쟁쟁한 선배들과 진검승부를 펼쳐보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형제는 지난달 18일 인도에서 열린 18세 이하(U-18) 아시아컵 한일전에서 존재감을 제대로 뽐냈다. 두 선수가 함께 속한 한국 U-18 대표팀은 대회 예선에서 숙적 일본에 67-64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백인과 흑인 혼혈을 포함해 장신 군단을 구성한 일본이 전력에서 앞선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결과는 한국의 승리였다. 윤지훈이 27득점, 윤지원이 12득점에 8리바운드를 곁들이며 공격을 이끌었다. 성인대표팀이 광복절 주간(8월15~16일)에 열린 한일전에서 졸전 끝에 2연패를 당한 직후라 동생들의 활약이 더욱 주목 받았다.
당시 윤지훈은 63-64로 뒤진 4쿼터 마지막 1분간 결정적인 4득점을 기록해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윤지원은 얼굴을 다쳐 피를 흘리는 상황에서 ‘붕대 투혼’을 펼쳤다. 윤지훈은 “앞서 성인대표팀간 한일전에서 일본이 2연승하자 일본 U-18팀 선수들이 난리법석을 피우는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도발했다”면서 “선수들끼리 ‘무조건 이기자’며 각오를 다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상승세를 탄 한국은 대회 4강에 올랐다.
형제는 여자프로농구 신세계 센터 출신인 어머니(정혜민·1m82㎝)로부터 우월한 ‘농구 DNA’를 물려받았다. 체격과 운동 능력 뿐만 아니라 BQ(농구 지능)까지 빼닮았다는 평가다. 여기에 지독한 노력을 더해 고교 톱클래스 경기력을 완성했다. 임성인 경복고 감독은 “처음엔 둘 다 슛이 부족했는데, 징그러울 정도로 열심히 훈련하더니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놓더라”면서 “프로 2군과 연습경기를 해도 쌍둥이 형제가 흐름을 주도한다. 상대가 훨씬 크지만 타이밍을 갖고 노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칭찬했다.
쌍둥이지만 플레이 스타일은 서로 다르다. 형(윤지원)은 차분하게 풀어가는 ‘사령관’형 선수다. 공·수 밸런스와 리바운드가 강점이다. 동생(윤지훈)은 인파이터다. 특히나 공격력이 수준급이다. 윤지원은 “경기가 안 풀린다 싶을 때 동생에게 ‘공격모드 켜라’고 하면 40점을 꽂아버린다. 만화 슬램덩크의 ‘불꽃남자’ 정대만 같다”고 말했다. 윤지훈은 “형은 냉정하게 경기를 읽는 ‘올라운더’ 윤대협을 떠올리게 한다”고 화답했다.
쌍둥이의 꿈은 ‘역대 최강 농구 형제’로 기억 되는 것이다. 윤지훈은 “프로무대에서 우승 트로피를 합작한 허웅-허훈(이상 KCC) 선배님들보다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서 “형과 함께면 누구에게든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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