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제49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스포일러
흑 신민준 9단 백 류민형 9단
패자조 3회전 <2>
2보
3도
4도
2011년 미국에서 흥미로운 실험이 있었다. 단편소설 열두 권으로 한쪽 집단에만 결말을 미리 알려주고 읽게 했다. 실험 결과, 의외로 결말을 아는 쪽이 더 재미있게 읽었다. 반전 소설이나 추리 소설도 결과가 같았다. 결말을 알고 읽으면 오히려 저 인물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단서가 어디에 미리 깔려 있는지에 대해 객관적이고 깊게 생각한다고 한다. 바둑에도 결말을 알고 처음부터 다시 읽는 절차가 있다. 바로 복기다. 일반적으로 대국이 끝나면 두 사람이 그 자리에서 돌을 주요 장면부터 다시 놓는다. 이긴 사람과 진 사람이 마주 앉아 의견을 나누는데 주요 장면도 두 대국자의 판단이 다르다. 과거엔 두 대국자의 복기가 수를 탐지하는 매우 엄중한 분위기였다면, AI가 등장한 이후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서로 본인의 생각을 좀 더 진솔하고 편하게 이야기하는 분위기다. AI라는 결론이 있기 때문에 서로 대화에서 감춰야할 비기(秘技) 같은 건 사라졌기 때문이다.
류민형 9단은 백2로 상변과 좌변을 바꾸는 진행을 선택한다. 일반적인 상황에선 흑15까지 무난한 진행. 그러나 지금 배석에서 백14는 실수였다. 3도 백1로 우하귀에 축머리를 쓰는 것이 정수. 흑4로 받을 때 백5, 7로 좌하귀를 타이트하게 압박하며 자연스럽게 축을 해소하는 것이 좋은 수순이다. 신민준 9단은 빠르게 흑21을 교환한 후 흑23, 25로 좌하귀를 안정시킨다. 이때 좌변을 봉쇄하기 위해 둔 백26이 완착. 4도 백1로 우하귀를 벌려 실리 균형을 맞추는 편이 나았다. 흑4로 우변을 벌릴 때 여전히 백5의 침입이 강력해 백도 충분한 모습. 실전 흑27이 오자, 실리 균형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정두호 프로 4단(명지대 바둑학과 객원교수)
패자조 3회전 <2>
2보
3도
4도2011년 미국에서 흥미로운 실험이 있었다. 단편소설 열두 권으로 한쪽 집단에만 결말을 미리 알려주고 읽게 했다. 실험 결과, 의외로 결말을 아는 쪽이 더 재미있게 읽었다. 반전 소설이나 추리 소설도 결과가 같았다. 결말을 알고 읽으면 오히려 저 인물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단서가 어디에 미리 깔려 있는지에 대해 객관적이고 깊게 생각한다고 한다. 바둑에도 결말을 알고 처음부터 다시 읽는 절차가 있다. 바로 복기다. 일반적으로 대국이 끝나면 두 사람이 그 자리에서 돌을 주요 장면부터 다시 놓는다. 이긴 사람과 진 사람이 마주 앉아 의견을 나누는데 주요 장면도 두 대국자의 판단이 다르다. 과거엔 두 대국자의 복기가 수를 탐지하는 매우 엄중한 분위기였다면, AI가 등장한 이후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서로 본인의 생각을 좀 더 진솔하고 편하게 이야기하는 분위기다. AI라는 결론이 있기 때문에 서로 대화에서 감춰야할 비기(秘技) 같은 건 사라졌기 때문이다.
류민형 9단은 백2로 상변과 좌변을 바꾸는 진행을 선택한다. 일반적인 상황에선 흑15까지 무난한 진행. 그러나 지금 배석에서 백14는 실수였다. 3도 백1로 우하귀에 축머리를 쓰는 것이 정수. 흑4로 받을 때 백5, 7로 좌하귀를 타이트하게 압박하며 자연스럽게 축을 해소하는 것이 좋은 수순이다. 신민준 9단은 빠르게 흑21을 교환한 후 흑23, 25로 좌하귀를 안정시킨다. 이때 좌변을 봉쇄하기 위해 둔 백26이 완착. 4도 백1로 우하귀를 벌려 실리 균형을 맞추는 편이 나았다. 흑4로 우변을 벌릴 때 여전히 백5의 침입이 강력해 백도 충분한 모습. 실전 흑27이 오자, 실리 균형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정두호 프로 4단(명지대 바둑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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