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축구 [지평선] 푸른 상어 카보베르데의 기적
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스페인과 카보베르데의 경기가 0-0 무승부로 끝난 뒤 카보베르데의 골키퍼 보지냐가 국기를 흔들고 있다. 애틀랜타=AFP 연합뉴스
월드컵이 아니었다면 아프리카 서쪽 바다 위 섬나라 카보베르데(Cabo Verde)는 평생 모르고 살았을 듯싶다. 인구 58만 명의 이 작은 신생국은 16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H조 1차전에서 스페인과 0-0으로 비기면서 세계를 매료시켰다. 처음으로 본선에 오른 팀이 연봉만 수천억 원에 달하는 우승 후보 스페인에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은 건 기적이나 다름없다. 여기엔 한 나라의 아픈 역사가 숨겨져 있었다.
□ 대서양의 10개 화산섬으로 구성된 카보베르데는 1456년 포르투갈의 식민지가 됐다. 포르투갈은 협곡이 많은 이곳을 아프리카 노예 무역의 중간 기착지로 활용했다. 1975년에야 겨우 독립할 수 있었지만 자원도 없고 농지도 부족, 기근이 이어졌다. 결국 생존을 위해 고국을 떠나는 이들이 많았다. 이후 포르투갈과 프랑스 등으로 이주한 이들 중 축구 선수들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카보베르데는 이들을 찾아 국가대표팀을 구성했다.
□ 경기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스페인 파상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낸 40세 골키퍼 보지냐(Vozinha)였다. 골로 연결될 수 있었던 27회의 슈팅이 그의 손끝에 모두 막혔다. 1986년 카보베르데 항구 도시 민델로에서 태어난 그도 현재 포르투갈 2부 리그 GD차베스에서 뛰고 있다. 10년 넘게 대표팀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다. 노장의 헌신에 후배 동료들도 조국애로 화답하며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됐다.
□ 카보베르데는 ‘푸른 곶’이란 뜻이다. 뾰족하게 튀어나온 지형에서 유래한 국명인데, 대표팀 별명이 ‘푸른 상어’인 것도 이 배경이다. 카보베르데는 당초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그러나 그런 결핍이 있었기에 바깥으로 시야를 넓힐 수 있었고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전 세계의 ‘푸른 상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똘똘 뭉쳤다. 이런 ‘푸른 상어’ 앞엔 거대한 자본도, 무적 함대도 힘을 쓸 수 없었다. 지구본에서도 찾기 힘든 작은 섬나라가 보여준 경이 앞에 박수를 보내며, 그간의 핑계와 포기를 반성해 본다.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스페인과 카보베르데의 경기가 0-0 무승부로 끝난 뒤 카보베르데의 골키퍼 보지냐가 국기를 흔들고 있다. 애틀랜타=AFP 연합뉴스월드컵이 아니었다면 아프리카 서쪽 바다 위 섬나라 카보베르데(Cabo Verde)는 평생 모르고 살았을 듯싶다. 인구 58만 명의 이 작은 신생국은 16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H조 1차전에서 스페인과 0-0으로 비기면서 세계를 매료시켰다. 처음으로 본선에 오른 팀이 연봉만 수천억 원에 달하는 우승 후보 스페인에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은 건 기적이나 다름없다. 여기엔 한 나라의 아픈 역사가 숨겨져 있었다.
□ 대서양의 10개 화산섬으로 구성된 카보베르데는 1456년 포르투갈의 식민지가 됐다. 포르투갈은 협곡이 많은 이곳을 아프리카 노예 무역의 중간 기착지로 활용했다. 1975년에야 겨우 독립할 수 있었지만 자원도 없고 농지도 부족, 기근이 이어졌다. 결국 생존을 위해 고국을 떠나는 이들이 많았다. 이후 포르투갈과 프랑스 등으로 이주한 이들 중 축구 선수들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카보베르데는 이들을 찾아 국가대표팀을 구성했다.
□ 경기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스페인 파상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낸 40세 골키퍼 보지냐(Vozinha)였다. 골로 연결될 수 있었던 27회의 슈팅이 그의 손끝에 모두 막혔다. 1986년 카보베르데 항구 도시 민델로에서 태어난 그도 현재 포르투갈 2부 리그 GD차베스에서 뛰고 있다. 10년 넘게 대표팀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다. 노장의 헌신에 후배 동료들도 조국애로 화답하며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됐다.
□ 카보베르데는 ‘푸른 곶’이란 뜻이다. 뾰족하게 튀어나온 지형에서 유래한 국명인데, 대표팀 별명이 ‘푸른 상어’인 것도 이 배경이다. 카보베르데는 당초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그러나 그런 결핍이 있었기에 바깥으로 시야를 넓힐 수 있었고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전 세계의 ‘푸른 상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똘똘 뭉쳤다. 이런 ‘푸른 상어’ 앞엔 거대한 자본도, 무적 함대도 힘을 쓸 수 없었다. 지구본에서도 찾기 힘든 작은 섬나라가 보여준 경이 앞에 박수를 보내며, 그간의 핑계와 포기를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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