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사이영상 에이스가 왜 9회에 나왔나…MLB 최다 이닝 투수의 불펜 자청, 알칸타라 보기 드문 '낭만야구'
Imagn Images연합뉴스[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시즌 최다 이닝을 던진 선발 투수가 이틀 만에 구원 등판을 자처했다. 이례적 선택이다.미국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의 샌디 알칸타라가 그 주인공이다. 알칸타라는 17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팀이 4-3으로 앞선 9회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총 투구 수는 13개. 알칸타라가 뒷문을 책임진 마이애미는 애리조나를 4대3으로 꺾고 귀중한 원정 승리를 챙겼다.
알칸타라는 불과 이틀 전에 선발 등판한 바 있다. 15일 애리조나전에서 5이닝 동안 101개의 공을 던졌다. 7안타(1홈런) 3사4구 6탈삼진 4실점. 5-4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넘겼지만, 불펜이 역전을 허용하면서 승패 없이 물러났다. 그런데 100개 넘는 공을 던진 지 이틀 만에 구원 투수로 기꺼이 나섰다.
AFP연합뉴스마이애미의 팀 사정이 작용했다. 15일 애리조나전에서 끝내기 패배를 당하던 날, 마무리 투수 피트 페어뱅크스가 불편함을 호소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정밀 검진 결과 오른팔 정중신경 자극 증세가 발견돼 팀을 이탈했다. 얼마 남지 않은 시즌 일정상 잔여 일정 등판은 어려운 상황. 이 와중에 마이애미는 16일 애리조나전에서도 연장 11회 승부를 펼치며 불펜 투수 7명을 소모했다. 17일 경기에서도 선발 라이언 구스토가 4⅓이닝을 던지는 데 그친 가운데, 케이드 깁슨이 1⅔이닝, 잭 렐스톤이 2이닝을 책임지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너덜너덜해진 불펜을 바라보던 알칸타라가 승리 기회를 지키고자 총대를 멨다.알칸타라의 구원 등판은 2017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이후 9년 만이다. 마이애미 이적 후에는 처음이며, 세이브 역시 빅리그 데뷔 후 처음이다.
AFP연합뉴스알칸타라는 2018년 마이애미 이적 후엔 줄곧 선발 역할을 맡았다. 2022년에는 228⅔이닝을 던지면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팀의 에이스로 발돋움했다.알칸타라는 올 시즌에도 200이닝을 돌파한 상태. 17일 애리조나전에서 1이닝이 추가되면서 총 206이닝을 소화했다. 양대리그 투수 통틀어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다. 이럼에도 불펜으로 나서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선발 투수가 불펜으로 등판하는 게 낯선 일은 아니다. 정규시즌에선 중요한 승부처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 벤치의 불가피한 결단에 따라 기용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선발 루틴을 지켰던 에이스 투수가 100개 넘는 공을 던지고 불과 이틀 만에 구원 등판하는 건 정규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더 놀라운 건 이날 등판을 알칸타라가 자원했다는 것이다. 마이애미의 클레이튼 맥컬러 감독은 경기 후 "알칸타라가 다니엘 모스코스 투수 코치에게 '만약 오늘 불펜 투수가 필요하다면 말해달라. 기꺼이 가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미국 USA투데이는 '마이애미가 훗날 알칸타라의 등번호를 영구 결번 지정하고, (홈구장) 론디포파크에 동상을 세우고, 팬들이 자녀와 손주들에게 그의 업적을 이야기할 때 이날 밤을 떠올릴 것'이라며 '이날 밤은 구단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수 중 한 명이며, 올 시즌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가 팀을 위해 최고의 희생을 한 날'이었다고 평했다. 맥컬러 감독은 "알칸타라는 언젠가 론디포파크에 자신만의 공간을 갖게 될 것이다. 그가 지금까지 해낸 일들을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찬사를 보냈다.MLB닷컴의 사라 랭스는 '알칸타라가 시즌 종료까지 메이저리그 최다 이닝 자리를 지킬 경우, 정규시즌 이닝 1위를 차지하면서 세이브까지 기록한 투수라는 희귀한 기록을 남기게 된다. 1978년 필 니크로 이후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장면'이라고 전했다.
알칸타라는 경기 후 "내가 이 팀에 있는 한,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고 말했다. 맥컬러 감독은 "알칸타라가 예정대로 2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선발 등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요즘 시대엔 보기 드문 마이애미와 알칸타라의 '낭만 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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