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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화곡클럽의 '왕언니' 김지나, 테니스와 피클볼로 건강을 다지다

관리자 각티비 2026-09-18 06:10 1 0
6922901_1_b11b74ae.webp화곡클럽의 원년 멤버 김지나 회원. 사진/송선순 객원기자

86세. 그녀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피클볼 코트에서 만난 김 여사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패들을 쥔 손은 여전히 힘이 있었고, 운동을 마친 얼굴에는 피로보다 생기가 가득했다.

1975년 처음 라켓을 잡은 뒤 50년이 넘도록 테니스와 함께 살아온 사람. 이제는 테니스에 피클볼을 더하고, 민화를 그리고, 스마트폰을 배우며, 도서관에서 잡지를 읽는다. 나이 들어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나이를 잊고 살아가는 법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화곡클럽 창단의 역사를 함께한 김여사는 반세기가 넘도록 테니스 코트를 지켜왔다. 오랜 세월 함께 라켓을 휘둘렀던 클럽의 원로회원들은 이제 대부분 물러나있지만, 김 여사는 여전히 현역이다. 인근 남동정우회 시니어모임에서 테니스를 하고 지난해부터는 피클볼까지 시작했다.

피클볼 입문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일평생 운동을 즐겨온 어머니를 위해 아들(ATI 안두백 대표)이 피클볼장을 만들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테니스 라켓의 무게가 부담스러워지고, 날씨 변화가 큰 야외 코트에서 운동하는 것이 관절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가벼운 패들과 작은 코트,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피클볼이 연령대가 높은 스포츠 마니아들에게 더 적합하다는 아들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공동체에서 얻은 삶의 지혜가 사업과 인생의 자산이 되었다는 김여사는 10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20명이 넘는 대가족 속에서 성장했고, 학창시절에는 배구선수로 활약했다. 자연스럽게 조직 안에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배웠다. 김 여사의 리더십의 출발점은 의외로 1972년 새마을운동 교육장에서 시작됐다. 당시 유명 인사들의 부인들과 함께 4박 5일을 보내며 그들의 삶과 리더십을 가까이서 경험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부인을 비롯해 사회 각계 인사들의 부인들과 생활하며, 30대의 젊은 나이에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접했다. 그 후 자신도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며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고 봉사와 후원, 공동체를 위한 헌신은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 됐다.

김여사의 일주일은 웬만한 젊은이보다 바쁘다.

일주일에 세 번 테니스를 하고 한 번은 피클볼을 한다. 매주 화요일에는 구청 강습회에 나가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운다. 틈틈이 지도를 받으며 한 폭의 민화 작품을 완성해간다. 오후에는 걷고, 가까운 도서관에 들러 다양한 잡지를 본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흐름을 책을 통해 살펴보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86세의 삶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김 여사의 일상에는 '현재형'의 동사가 많다.

6922901_2_0834f48a.webp6922901_3_86270e03.webp6922901_4_466bbec1.webp화곡클럽의 80대 친구들

1970년대는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시절이었는데, 어떻게 테니스에 입문하셨나요? 학창시절에 배구선수를 했는데 집안 어른들의 반대로 운동을 그만두고 공부해 대학에 진학했다. 출산 후 다시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화곡동에서 테니스를 하는 분들을 알게 됐고, 몇몇 지인들과 함께 테니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라켓을 잡은 지 3개월 만에 단체전에 나가 뜻밖에도 3위에 입상해서 모두 놀랐다. 그 당시 함께 출전했던 선수들이 화곡클럽 창단멤버들이다. 그때부터 테니스 인생이 시작되었다.

한 클럽에서 50년 이상을 보내는 것이 쉽지 않았겠는데요. 화곡클럽을 인생의 교육장으로 생각했다. 단체전에 처녀 출전해 입상한 것은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1976년부터 제1회 서울시어머니테니스대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이 대회를 치르기 위해 화곡클럽 회원 모두 여러 곳의 회사를 돌며 상품을 협찬 받으러 다녔다. 매년 설탕이나 냄비 등 용품을 받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했다. 지금은 학산 비트로에서 20년 넘도록 화곡대회에 지속적인 협찬을 해주고 있다. 화곡 회원 모두가 테니스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테니스 덕분에 건강을 지켰고, 가족보다 더 가까운 정을 나눈 친구와 후배들을 얻었다. 그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인생이다.

이제 은퇴를 해야 할 연세가 되었는데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든든한 후배들이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뿌듯하다. '내가 인생을 참 잘 살아왔구나'는 생각이 든다. 1970년대에는 매주 화요일이면 학교를 가는 것처럼 화곡 모임에 나왔다. 사업을 하면서도 화곡모임만큼은 반드시 출석을 했고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해 회의시간에 발표를 했다. 형님 아우로 부르며 회원들끼리 클럽을 형성해 가는 과정에서도 삶의 지혜를 얻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테니스 환경이 변하고 세대차이가 많아도 의견이 다른 회원들과 화합하고 양보하면서 50년 넘게 클럽을 유지해 온 것은 정말 자랑할 만한 일이다. 선배들이 지난 50년 동안 쏟아온 노력과 헌신이 앞으로 화곡클럽 100년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한다.

6922901_5_f657a48d.webp6922901_6_73f0bf82.webp6922901_7_15f47a54.webp테니스와 함께 피클볼로도 건강을 다진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테니스와 관련해 이루지 못한 꿈도 있으신가요? 곤지암에 테니스코트를 만들고 싶었다. 클럽 회원들이 찾아와 함께 운동하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집까지 지었지만, 정작 코트는 완성하지 못했다. 8년 전 갑작스럽게 가정에 큰 변화가 생겼고, 오랜 시간 환자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결국 타이밍을 놓쳤다. 지금 다시 시작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 하나는 코로나19로 전국화곡어머니테니스대회를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하고 44회를 끝으로 멈췄다. 어떤 방식으로든 화곡클럽 50주년 기념 전국대회는 다시 열고 싶었는데 이루지 못해 한동안 가슴앓이를 했다.

후배들에게 꼭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없던 길도 누군가 먼저 걷고, 그 뒤를 많은 사람이 함께 걸으면 그곳이 곧 길이 된다." 1975년 대한민국에서 여성 테니스클럽을 창단했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니었다. 화곡클럽은 여성 테니스의 불모지였던 시절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또 1976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44년 동안 여성 선수들만을 위한 전국 규모의 테니스대회를 개최했다는 것 역시 화곡클럽의 소중한 역사다. 그 과정에는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극복해 나갔다. 할 수 있는 봉사를 하고 여성 테니스 발전을 위해 후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것이 화곡클럽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화곡의 뿌리와 자부심만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어디에서 활동하든 화곡인답게 성장하기를 바라고 후배들이 그렇게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테니스를 하면서 피클볼도 해보니 어떠신가요? 코트가 작고 패들이 가벼워 부담이 적다. 그런데 땀은 오히려 훨씬 많이 난다. 빠른 공을 따라가는 것은 조금 힘들지만 민첩성도 기를 수 있고 운동량도 충분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운동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겨울철에는 실내에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운동이다. 시니어들께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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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그리는 것은 어떤 매력이 있습니까? 몇 년 전 홍익대학교에서 1년 동안 수채화를 배웠는데 가정에 일이 생기면서 그만두게 되었다. 그 아쉬움 때문에 다시 그림을 시작했다. 민화는 섬세한 붓놀림과 색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그림이 조금씩 달라진다. 그 과정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시간을 잊게 된다. 작품이 완성됐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도파민이 솟는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80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낀다. 특히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좋아하는 색을 골라 마음 가는 대로 붓을 움직이는 시간이 참 좋다. 노후에는 자잘한 손놀림도 필요하고, 색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읽고 계신 책이 있습니까? 제임스 도티의 <마음챙김>을 읽고 있다. 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자기연민의 가이드 같은 책인데 많은 위로를 받는다. 나이가 들수록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고, 이웃에게 더욱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 무엇보다 현재를 생동감 있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좋은 내용이 많아 곁에 두고 자주 읽고 있다.

6922901_11_7bf1dd04.webp화곡클럽 회원들과6922901_12_37d4c28e.webp화곡 50주년 행사에서 후배들로부터 박수를 받는 모습

긴 시간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김여사는 지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86세라는 숫자가 무색할 만큼 또렷한 눈빛과 탄탄한 체력.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였다. 세대 차이를 뛰어 넘을 정도로 대화의 폭은 넓었고, 관심 영역은 미래를 향하고 있었다. 김여사는 지금도 노후에 즐길 만한 스포츠 시설을 만들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그것은 아직도 새로운 일을 꿈꾸고 있는 현역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일평생 화두로 가슴에 새긴 구절은 "준비한 사람한테는 실패가 없다"이다. 김여사는 "50년 넘게 즐겨 온 테니스는 운동 이상의 것이었다.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배우고, 삶의 지혜를 축적하는 학교였다"며 "테니스를 통해 경험과 관심의 지평이 넓어지고 삶의 빛깔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 준 화곡클럽 회원들과의 만남 그 자체가 축복이었다"고 전한다. 아직도 스스로 탐구하고 계발을 멈추지 않는 슈퍼 스트롱 액티브 시니어. 김지나 여사님께 딱, 알맞은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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